

P135 “난 살이 찌고 있어, 힘도 더 세지고 있고, 전에는 늘 피곤했는데 이제는 땅을 파도 하나도 안 피곤해. 땅을 파헤칠 때 나는 흙냄새도 좋아.”
P136 디콘이 힘차게 답했다. “아가씨가 원하면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매일 올게요.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처음인걸요. 이 안에 틀어박혀서 잠든 정원을 깨우는 거잖아요.”
“네가 와주면, 날 도와 여길 되살려주면 난....나는 뭘 해야 할까....” 메리는 힘없이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착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할까?
디콘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뭘 할지 알려줄게요. 살도 더 찌고 새끼 여우처럼 입맛도 좋아지고 나처럼 울새랑 말하는 법도 배우면 돼요. 아! 우리 진짜 재미있을 거에요.”
p270 세상을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영원히, 언제까지나 살 거라는 확신이 들 때가 이따금 있다. 부드럽고 엄숙한 새벽에 잠에서 깨어 밖에 나가 홀로 고개를 한껏 젖혀 높디 높은 창백한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다 보면, 동쪽 하늘의 장관에 탄성을 지르게 되고 수천 년, 수백 만 년, 수억 년을 매일 아침 한결같이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 앞에 심장이 멎는다. 그럴 때 우리는 잠시나마 영원을 확신한다. 해질녘 숲 속에 혼자 있을 때, 신비롭고 짙은 황금빛 적막이 나뭇가지 사이로 또는 아래로 비스듬히 새어들면서 우리에게는 아무리 애써도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천천히 몇 번이고 들려주는 것 같을 때도 그렇다. 무수히 많은 별이 떠올라 기다리고 지켜보는, 검푸른 하늘의 광막한 고요를 마주할 때도, 멀리서 아득히 음악이 들릴 때도, 누군가의 눈빛에서도 우리는 영원을 확신한다.
콜린이 사방이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인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 처음으로 봄날을 보고 듣고 느꼈을 때도 바로 그랬다. 그날 오후 온 세상을 한 소년에게 열과 성을 다해 완벽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친절했다. 어쩌면 이 날의 봄은 하늘의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에서 생겨나 제 모든 힘을 아낌없이 이 한 곳에 쏟아 넣었는지도 몰랐다.
p313 “얘들이 잘 자라게 하려면 확실한 친구가 되어주기만 하면 돼요. 식물도 동물과 똑같아요. 목마르면 마실 걸 주고 배고프면 음식을 주면 돼요. 얘들도 우리만큼 살고 싶어 해요. 죽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고 왠지 그 애를 쌀쌀맞게 대한 기분이 들어요.”
나는 이 책을 자연주의 성장 소설이라 소개하고 싶다.
자연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고 살찌게 한다.
그리고 좋은 어른이 있다.
나에게 있어 ‘비밀의 화원’은 물론 책 내용이 너무 아름답고 따뜻한 책이어서 좋기도 하지만-오히려 이 책의 작가인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보다-타샤 튜더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매우 아끼는 책이다.
오래전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비밀의 화원’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타샤튜더가 삽화를 그렸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크다.
내 마음속에는 메리와 디콘, 콜린이 살고 있고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좋은 어른이 되려는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종종 좌절한다. 그러나, 그러면서 나 또한 성장하겠지. 내 마음이 비밀의 정원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시든 정원을 살린다.
추천 ****(별4개)